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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 법문

제목 정유년 동안거 결제 법어
작성일 2017-12-23 조회수 793 작성자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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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동안거 결제 법어

 

해인총림 방장 벽산원각 대종사

 

나귀는 우물을 쳐다보고 또 우물은 나귀를 쳐다보네.

 

조산본적曹山本寂 선사께서 덕 상좌에게 물었습니다.

부처님의 참된 법신은 허공과 같고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냄은 마치 물에 비치는

달과 같다. 어떻게 해야 그 응하는 도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귀가 우물을 쳐다 보는 것과 같습니다.”

열 가운데 여덟만 말했을 뿐이다.”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우물이 나귀를 쳐다보는 것과 같다.”

 

우물을 보는 나귀도 무심하지만 나귀를 보는 우물은 더 무심합니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의 차별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결제가 무엇입니까? 와 타가 사라지고 시와 비가 사라지고 내와 외가 사라지고 상 가 사라져 나귀가 우물을 쳐다보는 것처럼 우물이 나귀를 쳐다보는 것처럼

백일무심의 정진기간입니다.

하지만 그 백일무심이 천일무심이 되고 천일무심이

만일무심이 되고 만일무심이 나귀해가 올 때까지 항상

여일 할 때만이 제대로 된 결제입니다.

 

무심의 경지를 얻겠다고 하면서 나귀의 앞뒤만 따라 다니는 것은 주인의 시중을 드는 종의

행동일 뿐입니다. 남을 따라 할 뿐 자신만의 견처나 활발발한 기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남을 따라 다니는 종의 모습을 오인하여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일입니다.

결국 죽어서도 나귀의 배에서 태어나는 축생의 과보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오조법연선사는 부처와 조사의 도를 묻는 납자에게 나귀 똥은 말똥과 같다.”

대답합니다. 나귀 똥은 가치가 없고 쓸모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귀 똥을 어떤 분별로도 접근하지 못하는 화두에 비유했습니다.

조주 선사에게 문원사미는 나귀 똥 속에서 안거를 지내겠다고 했습니다. 결제에는

사미()와 비구()가 따로 없습니다.

 

조사본적 선사는 어떤 것이 사문의 행리냐?” 고 묻는 납자에게 머리에 뿔을 이고

몸에는 털을 입었다고 대답합니다. 또 공안집인 종감범림宗鑑法林에서 승보란 나귀

빰에 말()얼굴이라고 하였습니다모두 혁범성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범부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승보가 참으로 귀한 것입니다.

불전의 아름다운 32상도 알고 보면 처음에는 나귀 빰에 말의 얼굴을 가진

중생이었습니다.

 

본적 선사께서 덕 상좌에게 일러준 노새가 우물을 쳐다보고 우물이 노새를 쳐다본다

그 도리 제대로 알려면 그저 화두를 들고서 열심히 정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결제대중은 자기의 나귀다리를 꽉 묶어두고서 현사 스님처럼 산마루를 넘지도

말고 보수 스님처럼 강을 건너지도 말아야 합니다. 혼침이라는 강물과 도거라는 산을

오로지 화두로서 이겨내며 정진하고 또 정진해서 화두를 타파하여

확철대오 해야 합니다.

 

죽영소계진부동 竹影掃階塵不動 이요.

월륜천해수무흔 月輪穿海水無痕 이로다.

 

대 그림자 비질해도 섬돌 먼지 안 쓸리고,

둥근 달빛 바닷물 꿰뚫어도 물에는 자국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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